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 - by 하퍼 리(Harper Lee)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는 1960년 출간된 미국 문학의 고전으로, 어린 소녀 스카웃의 시선에서 바라본 인종차별과 정의의 이야기를 그린다. 대공황 시대 앨라배마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내가 앵무새 죽이기를 처음 손에 든 건 우연이었다. 책꽂이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그 얇은 책은, 겉보기엔 평범해 보였지만, 첫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나를 완전히 다른 세계로 끌어당겼다. 하퍼 리라는 이름은 그때까지만 해도 내게 낯설었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엔 절대 잊을 수 없는 작가가 되었다. 이 글은 내가 이 작품을 읽으며 느낀 감정과 생각을 풀어내는 공간이 될 것이다. 단순히 줄거리를 나열하기보다는, 내 마음속에서 이 이야기가 어떻게 울려 퍼졌는지, 그리고 왜 이 책이 여전히 내 가슴에 남아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책을 펼치자마자 나를 사로잡은 건 스카웃이라는 어린 소녀의 목소리였다. 여섯 살의 스카웃은 세상을 아직 맑고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지만, 그 순수함 속에서 어른들도 놓치기 쉬운 진실을 꿰뚫어 본다. 그녀의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는 백인 여성을 강간했다는 억울한 혐의를 받은 흑인 톰 로빈슨을 변호하며 정의를 지키려 한다. 이 과정에서 스카웃은 마을 사람들의 편견과 증오를 마주하게 되고, 나 역시 그녀와 함께 그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처음엔 이 어린 화자가 어떻게 이런 무거운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까 의아했지만, 읽을수록 그녀의 시선이야말로 이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드는 핵심이라는 걸 깨달았다.


애티커스라는 인물은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조용하고 담담한 사람이다. 화려한 말이나 과격한 행동으로 사람들을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보여준다. 톰 로빈슨을 변호하는 장면에서 그가 법정에서 던지는 말들은 단순히 변론 이상이었다. 그건 마치 나에게도 직접 말하는 것 같았다. “누군가를 판단하기 전에 그의 입장이 되어보라”는 그의 가르침은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랫동안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는 문득 내가 살아가며 얼마나 쉽게 타인을 재단해왔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애티커스는 완벽한 영웅이 아니라, 그저 옳다고 믿는 길을 묵묵히 걷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 점이 그를 더 사랑스럽게 만들었다.


반면, 이 소설의 어두운 면도 나를 많이 흔들었다. 톰 로빈슨의 재판은 처음부터 끝까지 불공정했다. 증거는 그의 무죄를 명백히 보여주었지만, 배심원들의 편견은 진실을 외면했다. 그 장면을 읽으며 나는 분노와 무력감을 동시에 느꼈다. 톰은 죄가 없는데도, 단지 피부색 때문에 유죄로 낙인찍혔다. 이건 1930년대 미국 남부의 이야기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반복되는 현실이 떠올라 가슴이 무거워졌다. 하퍼 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모두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편견을 품고 있는지 묻는 것 같았다.


스카웃의 오빠 젬도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그는 재판 결과를 보고 세상에 대한 믿음을 잃은 듯 보였다. 어린 나이에 그런 불의를 마주하며 느끼는 혼란과 실망은, 나 역시 어렴풋이 기억나는 감정이었다. 세상이 공정하지 않다는 걸 처음 깨달았을 때의 그 무력감. 젬의 눈물을 통해 나는 내 안의 어린 시절을 다시 만난 기분이었다. 하지만 애티커스는 젬에게, 그리고 나에게, 그래도 계속 싸워야 한다고 말하는 듯했다. 그게 바로 이 책이 주는 희망이었다. 세상이 불완전하더라도, 누군가는 그 불완전함을 바꾸기 위해 나서야 한다는 것.


이 소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부 래들리와의 만남이다. 마을에서 괴짜로 소문난 그는 줄곧 신비로운 존재로 묘사된다. 그런데 마지막에 그가 스카웃과 젬을 구해주는 순간, 나는 그가 단순히 은둔자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는 조용히 세상을 지켜보다가, 필요한 순간에 손을 내민 사람이었다. 이 장면은 내게 큰 감동을 주었다. 세상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다시금 믿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부 래들리는 말없이 떠났지만, 그의 존재는 내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하퍼 리의 문체도 나를 매료시켰다. 그녀는 복잡한 단어나 화려한 수식을 쓰지 않는다. 대신, 간단한 문장으로 깊은 감정을 전달한다. 스카웃의 목소리는 때론 유머러스하고, 때론 날카롭다. 그 덕에 나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숨이 막히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이야기에 점점 더 빠져들었다. 특히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서술 방식은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를 동시에 돌아보게 했다. 하퍼 리는 단순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나를 그 이야기 속으로 초대하는 마법을 부린 것 같았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인종차별이라는 주제 외에도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스카웃이 여성스러움을 강요받는 장면들. 그녀는 드레스를 입기 싫어하고, 남자아이들과 어울리는 걸 더 좋아한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억지로 틀에 맞추려 한다. 이건 단순히 성별에 대한 이야기 이상이었다. 나 역시 살아가며 얼마나 많은 사회적 기대에 얽매여왔는지 돌아보게 했다. 스카웃은 끝까지 자신을 잃지 않았고, 그 모습이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또 하나, 이 소설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애티커스와 스카웃, 젬은 서로를 의지하며 성장한다. 어머니가 없는 그들의 가정은 어쩌면 불완전해 보일 수 있지만, 사랑과 신뢰로 가득 차 있다. 나는 문득 내 가족을 떠올렸다. 우리는 늘 완벽하지 않았지만,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이 책은 그런 소중한 기억들을 다시 꺼내게 해주었다.


읽기를 마무리하며 나는 이 책이 왜 고전으로 불리는지 알 것 같았다. 단순히 인종차별을 다룬 소설이 아니라, 인간이란 무엇인지, 정의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하퍼 리는 단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큰 흔적을 남겼다. 그녀가 더 이상 소설을 쓰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쉽지만, 이 한 권만으로도 충분히 강렬했다. 나는 이 책을 다시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정을 발견할 것 같다. 그만큼 깊고 풍부한 이야기였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특히 나처럼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깊은 생각에 잠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앵무새 죽이기는 단순한 소설이 아니다. 나를 돌아보게 하고, 세상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거울 같은 작품이다. 책을 덮은 뒤에도 스카웃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내게 무언가를 속삭이는 듯했다. 그리고 나는 그 속삭임에 귀 기울이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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