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 이민진 , 역사와 개인의 얽힘을 감동적으로 승화

PACHINKO

 

파친코 - 이민진


‘파친코’는 이민진 작가가 20세기 초부터 1980년대까지 재일 한국인 가문의 4대를 아우르는 대서사시다. 식민지 시대 한국에서 일본으로 이주한 가족의 사랑, 희생, 정체성을 그린 이 소설은 역사와 개인의 얽힘을 감동적으로 풀어내며 전 세계 독자를 사로잡았다.





나는 최근 이민진의 ‘파친코’를 읽었다. 사실 이 책을 집어 든 건 우연이었다. 서점에서 눈에 띄는 표지와 함께 “국립도서관상 최종 후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걸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가 쓴 소설이라니,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까 궁금했다. 책을 펼치자마자 나는 단숨에 496페이지라는 방대한 분량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글은 그 경험을 1인칭 시점으로 풀어내며, 나만의 주관적인 감상을 담아보는 시간이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나는 단순히 한 가족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첫 문장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를 읽는 순간, 이게 단순한 가족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이 문장은 마치 나에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역사가 우리를 버릴지라도, 우리는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그 묵직한 메시지. 나는 이 문장을 몇 번이나 되뇌며 책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파친코’의 주인공은 선자라는 여성이다. 1900년대 초 한국 부산 영도에서 태어난 그녀는 가난하지만 자존심 강한 어부의 딸로 시작한다. 나는 선자의 삶을 따라가며 그녀가 겪는 고난에 마음이 아팠다. 그녀가 부유한 남성 한수에게 속아 임신하고, 그를 떠나 낯선 땅 일본으로 떠나는 대목에서 나는 숨을 죽이고 페이지를 넘겼다. 선자는 약한 여성이 아니었다. 그녀는 선택을 강요당하면서도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강인함을 보여줬다. 나는 그녀의 모습에서 내 어머니, 혹은 내가 아는 많은 여성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삶이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 그 힘.


책은 선자의 결혼과 함께 일본 오사카로 무대를 옮긴다. 그녀의 남편 백이삭은 병약한 목사인데, 나는 이삭의 순수함과 헌신에 감동받았다. 그는 선자의 임신 사실을 알면서도 그녀를 받아들이고, 함께 새 삶을 시작한다. 이 부분에서 나는 사랑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흔히 사랑은 낭만적이고 화려한 감정으로 그려지지만, ‘파친코’ 속 사랑은 희생과 책임이었다. 나에게는 그게 더 현실적이고 깊이 와닿았다.


일본에서의 삶은 결코 쉽지 않다. 나는 재일 한국인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외롭고 고단한지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선자와 그녀의 가족은 일본 사회에서 끊임없는 차별과 멸시를 받는다. 그들은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조센징”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며 화가 났다. 왜 사람은 태어난 곳이나 피부색 때문에 이렇게 고통받아야 하나? 이건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이민자나 소수자들이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지 않은가. 나는 이 책이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질문을 던진다고 느꼈다.


이 소설의 또 다른 매력은 세대를 넘나드는 이야기 구조다. 선자의 아들 노아와 모자수, 그리고 손자 솔로몬까지, 나는 이들이 각기 다른 시대를 살아가며 어떻게 정체성을 찾아가는지 지켜봤다. 특히 노아의 이야기는 내 가슴을 찔렀다. 그는 한수를 닮은 외모와 재능을 가졌지만, 한수가 야쿠자라는 사실을 알고 자살을 선택한다. 나는 이 장면에서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노아는 일본인처럼 살아가려 했지만, 결국 자신의 뿌리를 부정할 수 없었던 거다. 나에게 노아는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정체성의 갈등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내가 만약 그였다면 어땠을까? 나도 가끔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 속해 있는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지 않나.


모자수의 삶은 또 다른 감동을 줬다. 그는 학교를 중퇴하고 파친코 업계에서 성공을 거둔다. 파친코라는 도박 게임이 이 소설의 제목인데, 나는 이게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파친코는 공이 떨어지는 경로를 예측할 수 없는 게임이다. 마치 인생처럼. 나도 살면서 운에 맡겨야 할 때가 많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모자수는 그 불확실한 삶 속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애썼다. 나는 그의 투박하지만 따뜻한 모습에 끌렸다.


솔로몬은 현대적인 인물로, 글로벌 시대의 재일 한국인을 보여준다. 그는 미국 유학을 다녀오고, 금융계에서 일하며 성공을 꿈꾼다. 하지만 그 역시 차별에서 자유롭지 않다. 나는 솔로몬을 통해 세대가 바뀌어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편견을 봤다. 이건 나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열린 사회에 살고 있는 걸까? 나는 이 질문을 곱씹으며 책을 덮었다.


‘파친코’를 읽는 동안 나는 역사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 일본의 한국 식민지 시대,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등 거대한 사건들이 이 가족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됐다. 나는 평소 역사를 딱딱하게만 생각했는데, 이 책은 그걸 사람의 이야기 속에 녹여냈다. 역사책에서는 볼 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여기 있었다. 나는 이게 ‘파친코’의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문체도 인상적이었다. 이민진의 글은 화려하지 않지만, 단단하고 진솔하다. 나는 그녀가 군더더기 없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좋았다. 때로는 차갑게 느껴질 정도로 객관적이지만, 그 속에 깊은 감정이 묻어 있었다. 나는 이 균형이 독자로서 나를 계속 끌어당겼다고 느낀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뭔가 가슴이 꽉 찬 느낌이었다. ‘파친코’는 단순히 재미있는 소설이 아니었다. 나에게 가족, 정체성, 그리고 인간의 회복력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새삼 떠올렸다. 비록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선자나 노아처럼 낯선 땅에서 뿌리를 찾는 이들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됐다.


솔직히 말해,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재일 한국인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다. 그저 어렴풋이 “일본에 사는 한국 사람들”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파친코’를 읽고 나서 그들의 삶이 얼마나 복잡하고 아픈 역사 속에 놓여 있는지 깨달았다. 나는 이걸 계기로 더 많은 이야기를 찾아보고 싶어졌다.


이 소설은 나에게 희망도 줬다. 선자와 그녀의 가족은 온갖 고난을 겪으면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간다. 나는 그 모습에서 인간의 강인함을 봤다.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는 결국 서로에게 기대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 나도 그런 힘을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파친코’는 분명 긴 이야기다. 하지만 그 긴 여정이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나는 매 장마다 새로운 감정을 느끼며 몰입했다. 이 책을 추천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꼭 읽어보세요”라고 말할 거다. 특히 역사와 인간의 삶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이 글을 쓰면서 나는 다시 책을 펼쳐보고 싶어졌다. 선자의 목소리, 노아의 고뇌, 모자수의 투쟁, 솔로몬의 꿈. 그 모든 게 아직 내 머릿속에 생생하다. ‘파친코’는 나에게 단순한 독서 이상의 경험을 선사했다. 이건 나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라는 사람을 돌아보게 만든 거울 같은 책이었다.





‘파친코’는 나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준 작품이다. 이민진은 이 소설로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역사와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여정을 선물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보게 됐고,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 당신도 이 여정에 동참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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