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피아노 - 김진영: 삶과 죽음 사이의 고요한 울림

아침의 피아노 - 김진영: 삶과 죽음 사이의 고요한 울림
아침의 피아노 - 김진영: 삶과 죽음 사이의 고요한 울림

철학자 김진영의 '아침의 피아노'는 암 선고 후 병상에서 쓴 234편의 일기를 모은 유고집입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피아노 선율처럼 잔잔하게 흐르는 사랑과 감사의 기록으로,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

나는 '아침의 피아노'를 처음 손에 들었을 때, 그 제목만으로도 묘한 설렘을 느꼈습니다. 피아노라는 단어는 내게 늘 따뜻하고 고요한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는데, 이 책은 그 느낌을 배가시켜 주었습니다. 철학자 김진영이라는 이름은 낯설지 않았지만, 그가 암 투병 중에 남긴 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마음 한편에 무거움이 내려앉았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자, 그 무거움은 곧 잔잔한 감동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투병 일기가 아닙니다. 김진영 선생이 2017년 7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임종 3일 전까지 메모장에 기록한 234편의 단상은 철학적 깊이와 인간적인 따뜻함이 공존하는 공간을 열어줍니다. 첫 문장 "아침의 피아노. 베란다에서 먼 곳을 바라보며 피아노 소리를 듣는다"를 읽는 순간, 나는 그의 시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삶과 죽음이 얼마나 가까이 맞닿아 있는지를 새삼 깨달았습니다. 김진영 선생은 암 4기라는 진단을 받고도,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삶을 더 깊이 사랑하려 했습니다. 그는 병상에서조차 일상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햇살이 따뜻한 날 바람을 느끼는 행복, 고통 없이 걸을 수 있는 건강함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기록하며, 나를 포함한 독자들에게 그 가치를 되새기게 합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구절은 "마음이 무겁고 흔들릴 시간이 없다. 남겨진 사랑들이 너무 많이 쌓여 있다"라는 문장입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 이렇게 따뜻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나는 그의 글을 읽으며, 내가 지금껏 소홀히 했던 것들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가족, 친구, 그리고 나 자신에게조차 충분히 표현하지 못한 마음들이 떠올랐습니다.

사랑과 감사의 발견

'아침의 피아노'에서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주제는 사랑과 감사입니다. 김진영 선생은 투병 중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받은 사랑을 되새기며, 그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좋은 것들과 사랑들이 내게는 너무 많다. 그걸 잊지 말 것, 늘 기억하고 자랑스러워할 것"이라는 문장은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돌아보게 했습니다. 나는 평소 감사하다는 말을 자주 하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주변 사람들에게 더 자주 마음을 전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의 글은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기쁨이 순간순간 느껴지는 피아노 선율 같았습니다. 아들이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쓴 기록이라는 점이 이 책에 특별한 울림을 더해줍니다. 나는 그 소리가 그의 마음을 얼마나 위로했을지 상상하며, 나만의 '아침의 피아노'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에게는 그것이 아침 햇살을 받으며 마시는 커피일 수도 있고, 창밖 새소리일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철학자의 마지막 공부

김진영 선생은 철학자답게 이 책에서 삶과 죽음을 깊이 사유합니다. 단순히 감정적인 기록에 그치지 않고, 문학과 미학, 철학에 대한 성취를 담아냅니다. "타자를 지키려고 할 때 나는 나날이 확실해진다"라는 문장은 그의 철학이 얼마나 인간 중심적인지를 보여줍니다. 나는 이 문장을 읽으며, 나 자신만을 위한 삶이 아니라 타인과 함께하는 삶이 더 의미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는 카프카, 프루스트, 바르트 같은 작가들을 언급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엮어갑니다. 평생 세상의 텍스트를 읽어온 학자가 마지막 순간에 자신을 텍스트로 삼아 쓴 이 책은, 나에게도 내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남길 수 있을까, 어떤 문장으로 기억되고 싶을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이 책을 덮고 나서, 나는 일상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김진영 선생은 "일상을 지켜야 한다, 일상이 길이다"라고 썼습니다. 평범한 날들이 셔터를 내리듯 중단된 상황에서도, 그는 그 소중함을 잃지 않으려 했습니다. 나는 그의 글을 통해, 건강하게 숨 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값진지 되새겼습니다.

가끔은 바쁜 일상에 치여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살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작은 순간에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품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 따뜻한 밥을 먹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웃는 것. 이런 평범함이야말로 삶의 본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운이 남는 책

'아침의 피아노'는 마지막 문장 "내 마음은 편안하다"로 끝납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김진영 선생이 떠난 세상에서 평화를 찾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나 자신도 언젠가 그런 마음으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기를 소망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읽고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 안에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는 울림이 되었습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삶의 의미를 다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죽음이라는 종착지를 앞두고도 사랑과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기를 멈추지 않은 김진영 선생의 모습은, 나에게 깊은 감동과 함께 작은 용기를 주었습니다. 앞으로 내가 만나는 날들이 힘들더라도, 그의 글처럼 고요하고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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