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 나의 독서 감상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섬세한 감성과 과학적 상상력이 조화를 이룬 SF 단편집입니다. 이 책은 인간의 외로움과 희망을 우주라는 거대한 무대 위에서 풀어내며, 특히 ‘할머니 과학자’ 안나의 여정을 통해 깊은 감동을 전합니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

나는 평소 SF 장르를 즐겨 읽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우주선, 웜홀, 초광속 같은 단어들은 흥미롭지만, 어딘가 나와는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중 김초엽이라는 작가의 이름이 자꾸 눈에 띄었고, 이 책의 제목이 주는 묘한 끌림에 손을 뻗었습니다. 표지를 넘기자마자 느껴진 첫 인상은 따뜻함이었습니다. SF라는 장르가 차갑고 딱딱할 거라는 선입견을 단번에 깨뜨리는 문체가 나를 맞이했습니다.

책은 총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표제작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비롯해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스펙트럼’, ‘공생 가설’ 등이 담겨 있습니다. 각 이야기는 독립적이면서도 묘하게 연결된 느낌을 주었습니다.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 이 책이 단순한 과학 이야기가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인간의 감정과 관계,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 있었습니다.

‘할머니 과학자’ 안나와의 만남

표제작에서 만난 안나라는 인물이 나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녀는 우주 개척 시대에 딥프리징 기술을 개발한 과학자입니다. 가족을 먼저 슬레포니아 행성계로 보내고, 자신은 연구를 마무리한 뒤 따라가려 했지만, 웜홀 기술의 등장으로 계획이 틀어졌습니다. 수백 년을 정류장에서 기다리다 낡은 셔틀을 타고 떠나는 그녀의 모습은 나를 깊이 흔들었습니다.

안나는 왜 떠났을까요? 빛의 속도로도 닿을 수 없는 거리, 어쩌면 영원히 가족과 재회하지 못할 수도 있는 그 여정을 왜 선택했을까요? 나는 그녀의 선택에서 희망과 절망이 뒤섞인 묘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녀는 실패가 예견된 항해를 떠났지만, 그 속에는 자신이 가야 할 곳을 향한 확신이 있었습니다. 이 장면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습니다. 그녀의 외로움이 내 가슴을 파고들었습니다.

과학과 감성의 아름다운 조화

김초엽 작가는 과학을 전공한 이력을 살려 이야기를 탄탄하게 쌓아 올렸습니다. 딥프리징, 웜홀, 우주 정거장 같은 설정은 낯설지만, 그녀의 설명은 이해하기 쉽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진짜 매력은 과학적 요소가 아닌 감성에 있습니다. 나는 SF가 이렇게 따뜻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스펙트럼’에서는 서로 다른 존재가 사랑을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다섯 개의 위성이 뜨는 행성에서 외계 생명체와 조우하는 할머니 과학자의 이야기는 낯설면서도 친근했습니다. ‘공생 가설’에서는 인간과 다른 생명체가 함께 살아가는 가능성을 탐구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단순히 상상 속 세계를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과 연결된 질문을 던졌습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과학이 단순히 기술의 진보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김초엽은 차가운 우주 속에서 따뜻한 인간의 이야기를 찾아냈습니다. 그 점이 나를 계속 페이지 속으로 끌어당겼습니다.

외로움과 희망의 경계에서

이 책의 중심에는 외로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안나의 외로움은 특히 강렬했습니다. 그녀는 사랑하는 가족과 같은 우주에 있지 않다는 사실에 괴로워했습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그녀의 말은 나를 깊이 생각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외로움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안나가 낡은 셔틀을 타고 떠나는 마지막 장면은 나에게 희망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더라도, 자신이 가야 할 곳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나는 그 모습에서 용기를 보았습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닿을 수 없는 목표를 향해 가다 보면, 언젠가 뜻밖의 기쁨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고통 없는 유토피아를 꿈꾸며 떠난 이들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를 고민하며, 나는 완벽함이란 무엇인지,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이 단편은 나에게 많은 질문을 남겼습니다.

나만의 영웅을 찾아서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는 또 다른 감동을 주었습니다. 우주 미션에 실패한 우주인을 영웅으로 여기는 소녀의 이야기는 나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성공과 실패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사회는 그를 실패자로 낙인찍었지만, 소녀에게 그는 영웅이었습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가 흔히 간과하는 작은 용기와 가치를 되새겼습니다.

이 단편은 나에게 영웅이란 화려한 성공을 거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는 사람일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었습니다. 나도 내 삶에서 그런 영웅을 찾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어쩌면 나 자신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들었습니다.

책을 덮고 난 뒤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을 때, 나는 한참 동안 책을 손에서 놓지 못했습니다. 김초엽의 문장은 간결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우주라는 거대한 공간을 배경으로 하지만, 결국은 사람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의 감정, 관계,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특히 안나의 여정이 나에게 오래 남았습니다. 그녀는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는 한계를 받아들이면서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녀의 선택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태도를 배웠습니다. 우리의 삶도 완벽하지 않고, 때로는 닿을 수 없는 목표를 향해 가는 여정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며,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나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습니다. SF라는 장르를 통해 인간의 본질을 탐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김초엽이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도 큰 기쁨이었습니다. 그녀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누구에게 추천하고 싶나

나는 이 책을 여러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SF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즐길 만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과학적 상상력과 인간적인 이야기가 어우러져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삶에서 외로움을 느끼거나, 목표를 향해 가는 길이 막막하게 느껴지는 사람에게 이 책을 건네고 싶습니다. 안나의 여정과 소녀의 영웅 이야기가 그들에게 작은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나처럼 따뜻한 이야기를 찾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이 책을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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