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남의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은 30년간 정신분석 전문의로 살아온 저자가 마흔을 넘긴 이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와 삶의 지혜가 담긴 에세이입니다. 파킨슨병 투병 속에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 이야기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책을 처음 펼쳤을 때
어느날 우연히 지나치던 서점에서이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표지의 간결한 디자인과 제목이 눈에 들어왔고, 손에 쥔 순간 묘한 끌림을 느꼈습니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이라는 문장은 이미 내 머릿속에서 수많은 상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과연 내가 지난 삶을 돌아보며 무엇을 바꾸고 싶을까? 후회와 아쉬움,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하고 싶은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책을 펼치자마자 김혜남 작가의 담담하면서도 따뜻한 문체가 나를 사로잡았습니다. 첫 장부터 그녀의 진솔한 이야기가 마음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저자는 30년 넘게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봤고, 마흔세 살에 파킨슨병이라는 큰 시련을 마주했습니다. 그런 그녀가 삶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전할지 궁금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더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책은 단순한 조언집이 아니라, 그녀의 경험과 깨달음이 녹아든 하나의 인생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삶을 숙제처럼 살아온 나에게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은 저자가 스스로를 너무 닦달하며 인생을 숙제처럼 살아왔다고 고백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의사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늘 완벽하려고 애썼던 그녀의 모습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나 역시 늘 해야 할 일들에 치여 살아왔습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오늘 해야 할 일을 리스트로 만들고, 하나씩 지워가며 하루를 보내는 삶. 그러다 보니 정작 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은 없었습니다.
저자는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나서야 깨달았다고 합니다. 자신이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가고, 진짜 소중한 것은 곁에 있는 사람들과 삶의 작은 즐거움이라는 것을요. 이 부분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나 역시 너무 많은 책임감과 의무에 짓눌려 정작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잊고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나에게 잠시 멈춰 서서 내 삶을 돌아보라고 말하는 듯했습니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
책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는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는 문장이었습니다. 이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저자가 직접 경험하며 얻은 진리였습니다. 파킨슨병으로 인해 병원 문을 닫고, 더 이상 환자를 볼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녀는 절망 대신 새로운 길을 찾았습니다. 글을 쓰고, 강연을 하며 사람들과 소통하는 새로운 문을 열었죠. 이 문장은 나에게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 나 역시 크고 작은 좌절을 겪었습니다. 직장에서의 어려움, 인간관계의 갈등, 그리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 그때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느꼈지만, 돌이켜보면 그때마다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지나온 길을 되새기자, 앞으로의 삶도 그렇게 흘러갈 거라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문이 닫히는 순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킨슨병 속에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 힘
저자가 22년간 파킨슨병을 앓으면서도 유쾌하게 살 수 있는 이유를 읽으며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병을 원망하거나 스스로를 비관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매일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찾아 실천하며,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겼습니다. 특히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친구들에 대하여"라는 챕터는 나를 울게 만들었습니다. 그녀가 친구들의 지지에 대해 감사하며 쓴 글은, 나 역시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다시 생각하게 했습니다.
나는 건강을 잃어본 적이 없기에 그녀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병을 대하는 태도를 보며 나도 삶의 어려움 앞에서 더 단단해질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유쾌함은 외부 조건이 아니라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그녀의 말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나도 힘든 날이 오면 그녀처럼 작은 웃음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마흔이 된 나에게 전하는 위로
이 책은 "벌써 마흔이 된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도 이제 마흔을 넘기며 인생의 중반에 접어들었습니다. 20대에는 꿈을 좇았고, 30대에는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40대가 되자 문득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달려왔는지 혼란스러웠습니다. 저자는 이런 나에게 마치 손을 내밀어주는 친구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녀는 마흔이 되면 마음에 지진이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융의 말을 인용한 이 표현은 내 상태를 정확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모든 것이 흔들리고, 과거의 선택을 돌아보며 후회도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 지진 속에서도 괜찮다고, 이제부터라도 나를 위해 살아도 된다고 말해줍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나 자신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져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 살고 싶은 인생을 꿈꾸며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이라는 제목은 단순히 과거를 되돌리고 싶다는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저자는 과거를 후회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을 더 충실히 살아가라고 말합니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바꾸고 싶은 과거보다는 앞으로 만들고 싶은 미래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다시 시작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하며, 덜 고민하며 살고 싶습니다.
저자가 책 말미에 "그냥 재미있게 살자고 마음먹었을 뿐이다"라고 쓴 문장은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인생은 완벽해야 할 필요도, 모든 것을 이루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매일 조금씩 즐거움을 찾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나에게 그런 마음을 심어주었습니다.
책을 덮고 난 후
책을 덮고 나서 꽤 오랫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내 안에 쌓여 있던 무거운 감정들이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김혜남 작가는 나에게 친구이자 선생님 같은 존재로 다가왔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나를 위로했고, 앞으로의 삶을 조금 더 가볍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여전히 스스로를 닦달하며 살아갔을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단순히 읽고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 삶에 작은 변화를 가져다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오늘은 무엇을 즐길까 고민하게 되었고, 주변 사람들에게 더 따뜻한 말을 건네고 싶어졌습니다. 나처럼 인생의 중반에 서서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이 책을 꼭 권하고 싶습니다. 분명 그들에게도 따뜻한 위로가 될 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