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은 서울역 노숙자 독고가 편의점 알바로 일하며 만난 사람들과의 따뜻한 교감을 그린 소설이다. 일상의 불편함 속에서 치유와 희망을 찾는 힐링 스토리로,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나의 첫 만남, 그리고 그 불편함의 시작
내가 불편한 편의점을 처음 손에 든 건 우연이었다. 서점에서 눈에 띄는 벚꽃 에디션 표지를 보고, 제목의 아이러니가 궁금해졌다. 편의점은 늘 편리함의 상징이었던 나에게, ‘불편하다’는 수식어는 낯설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집에 돌아와 책을 펼친 순간, 나는 그 불편함의 의미를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소설은 서울역 근처 청파동의 작은 편의점 ‘ALWAYS’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주인공 독고는 과거를 잃은 노숙자다. 알코올성 치매로 기억을 잃고 서울역에서 떠돌던 그가 편의점 사장 염영숙 여사의 지갑을 찾아주며 인연이 시작된다. 염 여사는 그에게 야간 알바 자리를 제안하고, 그렇게 독고는 불편한 편의점의 일원이 된다. 나는 이 설정부터 매료되었다. 노숙자라는, 사회에서 쉽게 외면받는 존재가 주인공이라니. 김호연 작가는 과연 이 인물을 통해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독고, 나를 불편하게 만든 그 남자
독고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솔직히 불편했다. 그의 느리고 어눌한 말투, 우락부락한 외모, 그리고 과거를 알 수 없는 신비로움은 나를 어색하게 만들었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모습은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퍼즐 조각 같았다. 하지만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그 불편함은 점차 따뜻함으로 변했다. 독고는 단순한 노숙자가 아니었다. 그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존재였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 시현, 가족과 갈등하는 오선숙, 뒤처진 영업사원 경만, 배우 출신 희곡 작가 인경까지. 이들은 모두 독고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고 치유받는다.
나는 독고를 보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편의점에서 만나는 알바생에게 얼마나 무심했는지, 그저 기계처럼 물건을 계산해주는 존재로만 여겼는지 반성하게 됐다. 독고는 나에게 물었다. “너는 네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귀 기울이고 있니?” 그의 존재는 나를 불편하게 흔들었고, 동시에 내 안에 잠든 공감을 깨웠다.
편의점, 나만의 거울이 되다
이 소설의 매력은 편의점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나와 등장인물 모두에게 거울 같은 공간으로 기능한다는 점이다. 나는 편의점을 자주 드나드는 사람이다. 새벽에 배고프면 도시락을 사러 가고, 급하게 물건이 필요하면 망설임 없이 문을 연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얼마나 무시했는지 깨달았다. 염 여사가 독고에게 도시락을 건네며 베푼 따뜻함, 독고가 손님들에게 보여준 진심 어린 태도는 내가 잊고 살았던 인간적인 면모였다.
특히 오선숙의 에피소드가 나를 울렸다. 아들과의 갈등으로 마음 아파하던 그녀가 독고와의 대화를 통해 “대화가 필요하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닫는 장면에서, 나는 나와 가족 사이의 소통을 떠올렸다. 나도 부모님과 대화가 부족했던 순간들이 많았다. 오선숙이 뜨거운 눈물을 흘릴 때, 나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졌다. 이 책은 나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졌다. “너는 네 삶에서 소통을 얼마나 하고 있니?”
독고의 과거, 나의 상처와 마주하다
소설 후반부, 독고의 정체가 밝혀질 때 나는 충격을 받았다. 그가 성형외과 의사였고, 고스트 닥터 사건으로 환자를 잃은 후 삶이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사실은 예상 밖이었다. 그의 과거는 비극적이었고, 그 상처를 피해 노숙자가 된 선택은 나를 깊이 생각하게 했다. 나는 독고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의 상처를 떠올렸다. 누구나 마음 깊숙이 숨기고 싶은 아픔이 있지 않은가? 나도 실패와 후회로 얼룩진 순간들이 있었다. 독고가 편의점에서 사람들과 교류하며 마음을 회복하듯, 나도 내 상처를 마주할 용기를 얻고 싶었다.
그가 마지막에 대구로 의료봉사를 떠나는 결말은 나에게 희망을 주었다. 과거를 회피하던 독고가 속죄와 재기를 선택한 모습은, 나에게도 새 출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나는 책을 덮으며 다짐했다. 나도 내 불편함을 외면하지 않고, 그것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야겠다고.
불편함이 준 따뜻한 위로
불편한 편의점은 나에게 불편함을 안겨준 소설이다. 하지만 그 불편함은 결코 부정적인 것이 아니었다. 나를 흔들고, 나를 돌아보게 하고, 나를 치유하는 불편함이었다. 김호연 작가는 평범한 편의점이라는 공간을 통해 삶의 진리를 전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네 옆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다.” 이 메시지는 나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웃고, 울고, 생각에 잠겼다. 독고와 손님들의 이야기는 내 일상 속에서 만난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다. 나도 그들처럼 불편한 순간 속에서 희망을 찾고 싶었다. 책을 덮은 후, 나는 동네 편의점에 갔다. 알바생에게 “수고하세요”라고 한마디 건넸다. 그 작은 행동이 어색했지만, 마음은 따뜻해졌다. 이 책은 나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줬다.
나에게 남은 것
불편한 편의점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었다. 나에게는 삶의 태도를 돌아보는 계기였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소통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가족, 친구, 심지어 낯선 이웃과의 대화가 내 삶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얻었다. 또한, 불편함을 마주하는 용기를 배웠다. 나의 상처와 약점을 피하지 않고, 그것을 인정하고 극복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됐다.
이 소설은 나에게 힐링이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살던 따뜻함을 되찾게 해줬다. 김호연 작가의 문체는 화려하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이 나를 사로잡았다. 나는 이 책을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너도 이 불편한 편의점에 들어가 봐, 그리고 네 마음을 들여다봐, 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