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 '채식주의자'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읽고 나서, 나는 이 소설이 단순히 채식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과 사회의 억압, 그리고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이 글은 나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이 작품을 읽은 소감을 풀어낸 독후감이다. 책을 덮은 후에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영혜라는 인물과 그녀를 둘러싼 세계를 통해 내가 느낀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담아보려 한다.

한강, 채식주의자



첫 페이지: 영혜의 선택과 나의 혼란


채식주의자를 처음 펼쳤을 때, 나는 영혜가 고기를 거부하는 이유가 단순한 식습관 변화일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꿈” 이야기를 읽으며 그게 단순한 변덕이 아니라 더 깊은 무언가임을 깨달았다. “내가 고기를 먹지 않기로 했어”라는 그녀의 말은 평범해 보이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남편과 가족의 반응은 나를 당황하게 했다. 남편은 그녀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그녀의 선택을 비정상으로 몰아갔다. 나는 여기서부터 영혜가 단순히 채식을 선택한 게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저항하는 방식으로 그것을 택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그녀의 꿈에서 피와 고기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묘사될 때, 나는 약간의 불쾌함과 동시에 그녀의 내면에 공감하게 됐다. 나도 가끔 꿈에서 현실과 뒤섞인 이상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는데, 영혜의 꿈은 마치 그녀가 억압된 본성을 해방시키려는 몸부림처럼 보였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왜 우리는 타인의 선택을 그렇게 쉽게 판단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영혜의 고기 거부는 단순한 채식이 아니라, 그녀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첫 번째 외침이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페이지: 가족의 억압과 나의 분노


소설이 진행될수록 영혜를 둘러싼 가족들의 모습은 나를 점점 화나게 했다. 특히 아버지가 영혜에게 고기를 억지로 먹이려는 장면은 읽기 괴로울 정도였다. 그 폭력적인 장면에서 나는 영혜의 무력함과 동시에 그녀의 단호함을 느꼈다. 손목을 긋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그녀가 저항을 표현했을 때, 나는 그녀가 얼마나 절박했는지 가슴이 아팠다. 가족은 그녀를 “정상”으로 되돌리려 했지만, 나는 오히려 그들이야말로 비정상적이라고 느꼈다. 영혜의 채식주의는 그녀의 자유를 찾으려는 시도였는데, 가족은 그걸 병으로 치부하며 억압했다.


이 부분에서 나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는지 생각하게 됐다. 나도 살면서 “왜 그렇게 살아?”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영혜의 이야기는 그런 억압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 보여줬다. 그녀의 남편, 아버지, 어머니는 각자 자신의 잣대를 들이대며 영혜를 옭아맸고, 나는 그들이 영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모습에 실망했다. 이 소설은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폭력과 통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 페이지: 예술과 광기 사이에서


두 번째 파트에서 영혜의 매형이 등장하며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나는 처음에 매형이 영혜를 이해하는 유일한 인물일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그의 예술적 욕망이 영혜를 대상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때, 나는 또 한 번 실망과 불편함을 느꼈다. 영혜의 몸에 꽃을 그리며 그녀를 예술 작품으로 만들려는 그의 행위는 아름답게 포장됐지만, 결국 그녀를 이용하는 또 다른 억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장면을 읽으며 나는 예술과 광기의 경계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매형은 영혜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영혜는 점점 더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어갔다. 나는 이 부분에서 영혜가 점차 식물처럼 변해간다는 상징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녀는 고기를 거부하며 인간으로서의 본성을 버리고, 식물처럼 순수한 존재가 되려 했던 걸까? 이 질문은 소설을 끝까지 읽고도 나를 떠나지 않았다.



마지막 페이지: 나무가 되려는 영혜와 나의 깨달음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영혜는 정신병원에 갇히고, 그녀의 언니 인혜가 그녀를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이 나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영혜가 “나무가 되고 싶다”고 말하며 거꾸로 서는 장면은 나에게 충격이었다. 나는 그녀가 인간으로서의 삶을 완전히 포기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열망을 느꼈다. 이 부분에서 나는 눈물이 날 뻔했다. 그녀의 고통과 자유를 향한 갈망이 너무도 생생하게 전해졌기 때문이다.


인혜의 시선을 통해 영혜를 바라보며, 나는 가족이라는 관계가 얼마나 복잡하고 때로는 잔인할 수 있는지 생각했다. 인혜는 영혜를 구하려 했지만, 결국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고, 나 역시 영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이 소설은 나에게 인간이란 무엇인지, 자유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졌다. 영혜의 채식주의는 단순한 식단 변화가 아니라, 그녀가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었고, 나는 그 여정을 따라가며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다.



결론: 채식주의자가 나에게 남긴 것


채식주의자를 읽고 난 뒤, 나는 이 소설이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나를 깊이 파고드는 경험이었다고 느꼈다. 영혜의 선택과 그녀를 둘러싼 세계는 나에게 억압, 자유, 그리고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남겼다. 이 책은 아름답고도 잔인한 방식으로 나를 흔들었고, 읽는 내내 그녀의 고통과 저항에 공감하며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했다. 한강의 문체는 섬세하면서도 날카로워서, 그녀가 그린 세계에 완전히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 소설을 통해 타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법, 그리고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는 법을 조금이나마 배운 것 같다. 영혜는 나에게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싸운 용기 있는 존재로 기억될 것이다. 채식주의자는 나에게 잊을 수 없는 독서 경험을 선사했고, 앞으로도 이 작품을 다시 꺼내 읽으며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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